첫 번째 관문은 "계약이 제대로 태어나기는 했는가?"를 따지는 '성립요건(成立要件)'이고, 두 번째 관문은 "태어난 계약이 건강하고 정상적인가?"를 따지는 '효력요건(效力要件)'입니다. 계약이 존재조차 않는 '불성립'과, 존재는 하지만 효력이 없는 '무효' 또는 '취소'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오늘은 이 두 가지 요건을 완벽하게 구별해 보겠습니다.
📝 대표유형 문제
갑(甲)이 을(乙)에게 1억 원을 주기로 하고 을(乙)의 경쟁자인 병(丙)을 살해해달라는 청부살인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계약의 법적 상태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옳은 것은?
- 당사자의 의사 합치가 있으므로 유효한 계약이다.
- 반사회적 법률행위이므로 취소할 수 있다.
- 계약의 목적이 불법이므로 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
- 계약은 성립하였으나, 그 내용이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이다.
- 병(丙)이 실제로 살해되어야 계약의 효력이 발생한다.
✅ 단계별 풀이 과정
Step 1: 첫 번째 관문, 성립요건 - "법률행위의 탄생"
'성립요건'은 법률행위가 최소한의 외형과 뼈대를 갖추고 존재(성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법률행위는 아예 태어나지도 않은 '불성립' 상태가 됩니다.
- 당사자: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사람 (갑, 을)
- 목적(내용): 법률행위를 통해 달성하려는 것 (살인 청부, 대금 지급)
- 의사표시: 목적을 외부에 표시하는 행위 (청약과 승낙)
문제의 청부살인 계약을 봅시다. 계약을 맺은 '당사자'(갑, 을)가 있고, '목적'(살인과 대금)이 있으며, "살해해달라", "알겠다"는 '의사표시'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외형적으로 계약은 일단 성립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성립조차 하지 않았다'는 ③번 보기는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Step 2: 두 번째 관문, 효력요건 - "태어난 법률행위의 건강검진"
'효력요건'은 일단 성립한(태어난) 법률행위가 법적으로 완전한 힘(효력)을 갖기 위한 조건입니다.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계약은 '무효'가 되거나 '취소'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 당사자에게 능력(권리능력, 의사능력, 행위능력)이 있을 것
- 목적이 확정, 가능, 적법, 사회적 타당성을 가질 것
- 의사표시에 하자가 없고, 의사와 표시가 일치할 것
다시 청부살인 계약을 봅시다. 계약은 성립했지만, 그 목적이 '살인'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타당성'을 결여했습니다. 우리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이 계약은 효력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입니다.
Step 3: 각 보기의 성질 판단
- ① 유효한 계약이 되려면 성립요건뿐만 아니라 효력요건까지 모두 갖추어야 합니다. (오답)
- ② 반사회적 법률행위는 취소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효력이 없는 '확정적 무효'입니다. (오답)
- ③ 계약의 3요소(당사자, 목적, 의사표시)를 갖추었으므로 성립은 했습니다. (오답)
- ④ 계약의 외형(성립요건)은 갖추었으나, 그 내용이 사회질서에 반하여 효력요건을 탈락했으므로 무효가 됩니다. (정답)
- ⑤ 범죄 행위의 실행 여부와 계약의 효력은 무관합니다. 계약은 내용 자체로 이미 무효입니다. (오답)
🧠 핵심 개념 정리: 성립요건 vs 효력요건
| 구분 | 성립요건 (成立要件) | 효력요건 (效力要件) |
|---|---|---|
| 판단 대상 | 법률행위의 존재·불존재 (불성립) | 성립한 법률행위의 유효·무효·취소 |
| 당사자 | 당사자의 존재 | 당사자의 능력 (권리, 의사, 행위) |
| 목적 | 목적(내용)의 존재 | 목적의 확정, 가능, 적법, 사회적 타당성 |
| 의사표시 | 의사표시의 존재 | 의사와 표시의 일치, 하자가 없을 것 |
💡 '법률행위의 탄생'에 비유해보기
1단계: 아기의 탄생 (성립요건)
한 아기가 태어나려면 기본적으로 부모(당사자)가 있어야 하고, 아기의 몸(목적)이 형성되어야 하며, 세상에 "응애!"하고 태어나는 과정(의사표시)이 있어야 합니다. 이 셋 중 하나라도 없으면 아기는 존재조차 할 수 없죠. 이것이 바로 '불성립'입니다.
2단계: 아기의 건강검진 (효력요건)
아기가 태어났다고 끝이 아닙니다. 이 아기가 건강한지 확인해야죠.
- 부모가 아기를 키울 능력이 있는가? (당사자의 능력)
- 아기의 신체(목적)가 정상적이고 건강한가? (목적의 타당성 등)
- 아기의 울음소리(의사표시)가 정상적인가? (의사와 표시의 일치) 만약 이 건강검진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면, 아기는 태어났지만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무효)가 되거나, 치료가 필요한 상태(취소)가 될 수 있습니다.
✅ 최종 정답 및 요약
대표유형 문제의 정답은 ④번 입니다.
청부살인 계약은 당사자, 목적, 의사표시가 존재하므로 성립은 하지만, 그 목적이 사회질서에 반하므로 효력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가 됩니다.
법률행위의 요건을 판단할 때는 항상 2단계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1. 일단 태어나긴 했나? (성립요건) → 2. 태어났다면, 건강한가? (효력요건)
이 순서를 지키면 '불성립'과 '무효'를 헷갈리는 실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