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내가 '원해서' 만드는 레시피(법률행위)이고, 다른 하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법이라는 '요리책에 이미 적혀있는' 레시피(법률의 규정)입니다. 이 두 가지 길을 구별하는 것이 바로 민법총칙의 핵심입니다. 오늘은 권리 변동을 일으키는 두 가지 원인, '법률행위'와 '법률의 규정'을 명확하게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
📝 대표유형 문제
갑(甲)이 사망하여 그의 유일한 상속인인 아들 을(乙)이 갑 소유의 아파트를 상속받았다. 이 경우, 아들 을(乙)이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시점은 언제인가?
- 아들 을(乙)이 상속을 받겠다고 마음먹은 때
- 상속인들이 모여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마친 때
- 아들 을(乙)의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때
- 아버지 갑(甲)이 사망한 때
-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난 때
✅ 단계별 풀이 과정
Step 1: 법률요건 - 권리 변동의 '원인'
먼저 '법률요건'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떠올려 봅시다. 법률요건은 권리 변동(법률효과)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이 원인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바로 '법률행위'와 '법률의 규정'입니다.
Step 2: 법률행위 -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법률행위'는 행위자가 원하는 대로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 핵심에는 반드시 '의사표시'가 있습니다. "사겠다", "팔겠다", "빌려주겠다"와 같은 당사자의 의사가 법률관계의 내용을 결정합니다.
의사표시 (필수 재료) → 원하는 대로 법률효과 발생
대표 예시: 매매계약, 임대차계약, 증여계약, 저당권 설정 계약 등 모든 계약과 단독행위(취소, 해제 등)
Step 3: 법률의 규정 - "법이 정한 대로"
'법률의 규정'에 의한 권리 변동은 당사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법률이 정해놓은 요건만 갖추면 법이 정한 대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필요 없습니다.
일정한 사실 발생 → 법이 정한 대로 법률효과 발생
대표 예시: 상속, 공용징수(수용), 판결, 경매, 기타 법률의 규정 (취득시효, 부당이득, 불법행위 등)
Step 4: 각 보기의 성질 판단
문제의 '상속'은 내가 원해서 받는 것이 아니라, 피상속인(아버지)의 사망이라는 사실이 발생하면 법률 규정에 따라 당연히 권리가 넘어오는 대표적인 '법률의 규정'에 의한 권리 변동입니다.
우리 민법 제187조는 "상속, 공용징수, 판결, 경매 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취득은 등기를 요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즉, 등기 없이도 권리를 취득한다는 의미입니다.
- ①, ② 아들 을(乙)의 의사나 협의는 권리 취득 시점과 무관합니다.
- ③ '법률의 규정'에 의한 취득은 등기 없이도 효력이 발생합니다. (단, 처분하려면 등기해야 함)
- ④ 피상속인(갑)이 사망하는 순간, 법률의 규정에 따라 등기 없이도 즉시 을에게 소유권이 이전됩니다. (정답)
- ⑤ 상속 포기 기간일 뿐, 권리 취득 시점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 핵심 개념 정리: 법률행위 vs 법률의 규정
| 구분 | 법률행위 (Juristic Act) | 법률의 규정 (Provision of Law) |
|---|---|---|
| 핵심 요소 | 의사표시 (당사자의 의도) | 법률의 규정 (법의 명령) |
| 효과 발생 |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발생 | 법률이 정한 대로 발생 |
| 부동산 물권변동 | 반드시 등기해야 효력 발생 (민법 제186조) | 등기 없이도 효력 발생 (민법 제187조) |
| 대표 예시 | 매매계약, 임대차계약, 저당권 설정 | 상속, 수용, 판결, 경매, 취득시효 |
💡 스토리텔링으로 더 쉽게 이해하기
상황 1: 내가 원해서 집 사기 (법률행위)
여러분이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고 집주인에게 "이 집, 5억에 사겠습니다!"라고 청약하고, 집주인이 "좋습니다, 파시죠!"라고 승낙했습니다. 두 사람의 '의사'가 합쳐져 매매계약이 성립했고, 등기를 넘겨받으면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여러분과 집주인이 원해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법률행위입니다.
상황 2: 원치 않았던 교통사고 (법률의 규정)
운전 중이던 여러분의 차를 뒤에서 다른 차가 들이받았습니다. 여러분은 "손해를 배상받을 권리"를 원한 적도 없고, 상대방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원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라는 사실이 발생하자, 불법행위에 관한 우리 민법 규정에 따라 여러분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손해배상청구권이라는 권리와 의무가 법에 의해 강제로 생겨납니다. 이것이 바로 법률의 규정입니다.
✅ 최종 정답 및 요약
대표유형 문제의 정답은 ④번 입니다.
상속은 법률의 규정에 의한 물권변동이므로 피상속인이 사망한 때, 등기 없이도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결국 권리 변동의 원인을 구별하는 핵심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권리 변동이 당사자가 원해서 일어난 일인가, 아니면 법이 시켜서 일어난 일인가?"
이 기준만 명확히 세우면, 민법총칙의 가장 큰 줄기를 잡는 것과 같습니다!
